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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2011 샤아아아아아아아-ㄱ (자전거 소리) 더보기
봄, 2011 들고양이들, 휴식. 더보기
봄과 찌개 타, 타, 탁. 반쯤 남은 식어버린 된장찌갤 불에 올린다. 아주 조금의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 벌써 세번의 기지개와 다섯번의 하품. 낡은 츄리닝 바람에 부스스한 머리로 하룰 시작한다. 볼륨을 높인 CD플레이어가 흘리는 멜로디에 흥얼대며 이따금 진동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문밖에선 바람이 살랑, 스치며 꽃잎을 흔들고 옆집 강아지의 우렁찬 지저귐이 만연한 봄을 반긴다. 보글보글. 찌개가 요동치는 사이 공기밥을 눌러 담아 공복을 조금 채운다. 어둠에 길들여진 눈이 봄빛에 따꼼하다. 시간은 이런 맘 아는지 모르는지 주저 없이 흐른다. 약속 없는 주말, 골방에 깃든 한 줌의 빛에 셔터를 누른다. 더보기
그게 아니고 슬퍼하고 싶어도 섣불리 울음이 나질 않아. 슬퍼할 일, 서러워 할 사람 모두 너무나 아득해져서 이젠, 눈물도 그만큼 멀어져 머무르나봐. 양말도, 감기약도, 머플러도, 어느 하나 건져낼 흔적 남지 않아 고장난 기계 부둥켜 안고 눈물 쏟아내려 애써. 그렇게, 멀리 흩어져버린 당신의 조각과 껍질이 벗겨진 자신을 목도하지, 가만히 주저앉은 채. 더보기
그 위, 꽃은 없다 계단이 무서운 이유는, 걸어오르다 보면 지나온 길이 너무나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조금 더 하늘에 가까워 질때 쯤엔, 떠나온 뭍이 희미해져버려 그 모든 향도, 인사도, 부둥켜 안음도 점점 증발해감을 깨닫기 때문이다. 오르다 보면, 높이 자리한 내 발끝 만큼 오르지 못한 무수한 감정과 마음들이 여전히 날 올려다 보고 있음을 순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계단 위 수놓은 꽃밭에 서 보아도 결코 향기로울 수 없다. 향은 애초에, 첫 걸음부터 함께 지워져갔으니. 더보기
겨울, 2011 기억속의 그 곳은, 빛바랜 기억만큼이나 녹슬어버려서 안쓰럽더라. 분명 같은자리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내가 가진 기억도 변함없이 거기인데, 마치 나도 삐걱대며 녹슬어감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시간에 헤져가는 기억처럼 하나 다르지 않게 닮아있더라. 닮아감에 서글퍼짐을 깨닫게 해주려는 것처럼. 더보기
작별을 고하며 삐걱거리며 늘 함께해 준 낡은 자전거야 안녕 아침마다 서둘러 달렸던 좁은 골목길도 안녕 가을이면 맑은 햇살아래 하얗게 흔들리던 키가 높은 버드나무와 그 아래에서 나눴던 얘기들도 항상 달리고 있었던 듯한 나의 어린시절과 어느 뜨겁던 여름날 함께 떠났던 짧은 모험도 차창너머 어느새 이렇게 기적소리 울리면 눈 감은 채로도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과 흘러간다 멀어지는 플랫폼 위에는 어느새 아련한 우리의 날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 너에게 고마워 다시 돌아본다 굿-바이 에브리원 많이 정들었지 한없이 푸르던 저 하늘도 이제 모두 다 안녕이야 굿-바이 에브리원 보고 싶을거야 하지 못한 얘기들이 끝내 입안에서 맴돈다 애써 웃으며 손 흔들어 준 너의 마음을 알아 가슴 깊은 곳 감추고 있는 작은 떨림도 알아 밤새도록 같이 바.. 더보기
겨울과 봄 사이, 2011 홍대 나들이, 더보기
우리는 이대로, 우리는 이대로, 멈춰선 모습이 아름답다. 서로 가벼이 가까워질 수 없는 모습이 아름답다. 등 너머 소통하며 하루를 나누고 얕은 마음을 공유한다. 한 걸음 다가설 때, 한번 더 껍데길 벗기려 할 때, 우리의 마지막은 여지없이, 추해진다. 우리는 이대로, 등 돌린 모습이 아름답다. 귓속말로 나누지 못하고 뜨겁게 안을 수 없기에, 곁에 두고 떨어져 바라는 시선에, 그 모습이 눈물나도록 아릅답다. 아름다워 흘리는 그 눈물 조차, 너무나 아름답다. 우리는 이대로, 당장 끝나버려도 서글플 수 없는 동행. 평행히 나아간다, 다가서지 못한 채로. 더보기
겨울, 2011 지는 햇살이 풍부히 비추던 그때, 2월. 더보기
RPG 사람들은 무엇 하나,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역할을 하나씩 맡는다. 한시간 4000원 남짓한 지폐를 꼬깃꼬깃 지갑에 채우기 위해 고객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주문에 맞춰 머그에 아메리카노 그득히 채우는 종업원이나, 잔을 감싸 향을 음미하며 내 옆에 앉아 이번엔 타인 1과 2를 자처하는 사람들. 제각기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여 옹기종기 다신 되감지 못할 짧은 단막극 하나 찍어간다. 정해진 대본도, 카메라도 없이 카페의 불그스름한 조명과 창밖 네온사인 불빛에 의존해 배우들의 목소릴 속으로 꿀렁 삼켜 녹음해낸다. 각자의 의지와 기억에 의존해 상대배우를 떠올리고, 언제 어디서 느닷없이 주어질 역할에 무의식이 잔뜩 쪼그라든 채, 그렇게 한 씬 찍어낸다. 조연 하나 없는 무대 위 문득, 난 어떤 역을 .. 더보기
겨울, 2011 갓 새로운 아침이 시작한 시간, 술잔 위를 미끄럼 타듯 위태로이 비틀거리며 켜지지 않는 노출계로 잡아낸 아이와 백골 강아지의 대화는 음산했을까, 보드라웠을까. 더보기
벌거벗은 사과 헐벗은 살에 따가운 공기 내려앉아 비틀려 뜨겁게 붉던, 햇빛을 닮은 노오람도 모두 잃은 채, 심지어 물 한 방울 없이 짜다 내던져버린 걸레 마냥 뒹굴다 찔러도, 깨물어도, 반토막 내보아도 서걱댈 뿐인, 속살이 노출되는 순간, 관음의 시선과 타인의 목마름에 촉촉함이 도려내져 메말라버린, 사과 혹은 수많은 사과들. 그래도, 다행이다, 난. 아직은 덜 벗겨져, 쥐어짜지 않아도 뚝뚝 물 흘릴 수 있으니. 더보기
겨울과 봄 사이, 2011 20대 중반 톨게이트에 다다르는 나이의 생일선물 - 로모, 배다미 양. 고놈 참 다루기 성깔지는구나. 아직 어색한 사이지만 길들이기 시작. 친해져보자, 임마. 더보기
허세 카페 흡연실 구석진 테이블, 별 볼일 없는 야경이 펼쳐진 자리위, 여잘 향한 한 남자의 허세가 올라온다. 헬멧에 숨을 살피며 오토바이 위에 올라타 어둠의 궤적을 따라온 무용담이 한껏 과시되고 한심한 웃음과 담배연기, 뭐 그딴 것들과 함께 피어올라가 분해된다. 빈 테이블에 마주한 나무의자 위 헬멧은 그를 대변하듯 이따금 어른거리는 불빛을 반사시켜낸다, 번쩍번쩍. 허나, 문이 열리고 나무의자를 필요로 하는 또다른 남자무리에 허세는 자리를 잃는다. 덩달아 나도 흠칫 한번, 하고 손에 쥔 카메랄 조용히 구석에 내려놓는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쓸쓸한 인생 - 독고다이, 이리저리 사각프레임 안에 구성지게 연출해내던 손을 멈춘다. 어쩌면, 나에겐, 아직 이것이 양 볼 발그레 상기될 이유 중 하난가 보다. 아직 떳떳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