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모든 하나
남자는 펜을 든다. 잉크는 아직 절반 정도 남아, 시시콜콜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써내려 가기엔 충분한 양이다. 한 여자가 있다, 있었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과 영원히 남겨지는 것. 그리고,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것. 그 끝엔 항상 그녀가 서 있었다. 어쩐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 사라지지 않을 상 같다. 남아있는 것, 남겨진 것. 그에겐 그것이 오직 전부다. 아무리 주워 담아도 결국엔 오롯한 그녀 하나다. 낑낑대며 붙잡으려 애써 봐도 고작 아련한 실루엣만이 남아 그 고운 선에 거친 손으로 기억을 덧 댈 뿐인, 그녀 하나다. 펜을 놓쳐, 뚜껑도 채 닫지 못한 모습으로 잠이 든다, 꿈에 잠긴다. 꿈 속에, 한 여자가 서 있다. 그녀가, 있다. 양수처럼 차진 허공을 헤엄쳐 그는, 그녀를 끌어 안는다.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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