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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카페 흡연실 구석진 테이블,           
별 볼일 없는 야경이 펼쳐진 자리위, 여잘 향한 한 남자의 허세가 올라온다.           
헬멧에 숨을 살피며 오토바이 위에 올라타 어둠의 궤적을 따라온 무용담이 한껏 과시되고            
한심한 웃음과 담배연기, 뭐 그딴 것들과 함께 피어올라가 분해된다.           
빈 테이블에 마주한 나무의자 위 헬멧은 그를 대변하듯 이따금 어른거리는 불빛을 반사시켜낸다, 번쩍번쩍.           

허나, 문이 열리고 나무의자를 필요로 하는 또다른 남자무리에 허세는 자리를 잃는다.           
덩달아 나도 흠칫 한번, 하고 손에 쥔 카메랄 조용히 구석에 내려놓는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쓸쓸한 인생 - 독고다이,           
이리저리 사각프레임 안에 구성지게 연출해내던 손을 멈춘다.           
어쩌면, 나에겐, 아직 이것이 양 볼 발그레 상기될 이유 중 하난가 보다.           
아직 떳떳치 못한가 보다, 손에 들린 카메라가, 가벼운 마음으로 그려 낸 싸구려 감성이.           

잠깐의 정적이 방문한 카페 흡연실,           
뻑뻑, 담배에 연거푸 한숨을 파묻으며 노오란 형광펜 부여잡은 손으로            
바다 건너온 언어를 해독하는 한 가장만이,           
유일한 허세 없는 남자였다.           

어깨 한가득 무형의 무게를 짊어진 진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