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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 그리고

 



시작은 항상 그렇다.
활기차고, 씩씩하게 

해변가 한줌의 모래로도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웅장한 성을 만들 기세로 
욕심,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항상 새로움은 말초신경을 자극하여와 들뜨게 한다.
수억만근의 책임과 앞으로의 고난 따위 하나의 모래알갱이처럼 작아보이지.

하지만 끝 또한 그럴까?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란 말이 
그토록 위대한 말인 줄,
그토록 이루기 힘든 하나의 위업인 줄 알지 못했다.
천칭의 양 극에 매달린 두 별의 무게를 끝내 저울질 해보고 
시작과 끝이 이렇게 다름을 알게 된다.

수없이 반복될 시작과 끝 사이에 
후회없는 끝을 만들어보고자 했지만 
아마 반복 되는건 단지 시작과 끝 만이 아니었나보다.

어찌됐건 하나의 매듭을 지어놓고,
그 형상을 바라보는 내 모습엔 
단순히 흐뭇한 미소만이 자리하진 않는다.
끝이 오기전에 마저 마쳤어야 할 완성못한 그림에 
마침표 아닌 끝없는 쉼표를 덧댄다.

그렇게 영영 돌아오지 않을 한 해가 갔고,
                  그 사이사이 다신 움켜 잡을 수 없을 소중함이 갔다.
그렇게, 청춘도 조금씩 새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