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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 꽃은 없다





계단이 무서운 이유는,
걸어오르다 보면 지나온 길이 너무나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조금 더 하늘에 가까워 질때 쯤엔,
떠나온 뭍이 희미해져버려 
그 모든 향도, 인사도, 부둥켜 안음도 
점점 증발해감을 깨닫기 때문이다.
오르다 보면,
높이 자리한 내 발끝 만큼 오르지 못한 
무수한 감정과 마음들이 여전히 날 올려다 보고 있음을 
순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계단 위 수놓은 꽃밭에 서 보아도 
결코 향기로울 수 없다.
향은 애초에, 첫 걸음부터 함께 지워져갔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