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살입니다.

사인은 예기에 의한 요부 절단.
헌데, 살아있었어요.
그것도 하루가 넘도록.
허리를 잘리고도 고통을 감내하며 가는 숨을 내쉬었다고요.
남은 절반의 몸으로 한 숨, 두 숨 쉴때마다의 고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정말 끔찍하죠, 잔인하죠.

사람들은,
꺾인 꽃은 오래지 않아 그 향과 색을 잃어갈 것을 
끊임없이 답습해왔으면서 
왜 이 잔인한 행태를 멈추지 않는 걸까요.
왜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사랑을 고백하고,
우리 숨을 담보로 사랑을 얻으려 하는 걸까요. 
  
사랑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영원은 어느 마당 한 켠의 화단 위에도,
저 높다란 산등성이에도 없단 걸 뻔히 알면서도,
오래지 않아 처음의 떨림과 저릿한 가슴이 소멸할 것을 
수없이 겪어왔음에도,
결국 멈추지 못하니까요.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러듯,
사랑 역시,
그들에게 그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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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3 12: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남자는 펜을 든다.
잉크는 아직 절반 정도 남아,
시시콜콜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써내려 가기엔 충분한 양이다.

한 여자가 있다, 있었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과 영원히 남겨지는 것.
그리고,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것.
그 끝엔 항상 그녀가 서 있었다.
어쩐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 사라지지 않을 상 같다.

남아있는 것, 남겨진 것.
그에겐 그것이 오직 전부다.
아무리 주워 담아도 결국엔 오롯한 그녀 하나다.
낑낑대며 붙잡으려 애써 봐도 
고작 아련한 실루엣만이 남아 
그 고운 선에 거친 손으로 기억을 덧 댈 뿐인,
그녀 하나다.

펜을 놓쳐, 뚜껑도 채 닫지 못한 모습으로 잠이 든다, 꿈에 잠긴다.
꿈 속에, 한 여자가 서 있다.
그녀가, 있다.
양수처럼 차진 허공을 헤엄쳐 그는, 그녀를 끌어 안는다.
허공 가득 달과 별이 차오른다.
그 곳엔 어느새 하늘이 펼쳐진다.
그는 그대로 품에 안겨 더 깊이 잠긴다.
끝없이, 더 깊고 더 넓은 하늘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끝엔,
항상 그녀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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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두부 2011.05.12 02: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마음에 드는 글이군.

  2. 我立 2011.05.12 09: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 비우고 혹은 떠나고
    오롯이 하나 남는 게, '내'가 아니라 '그녀'군요.








타, 타, 탁.

반쯤 남은 식어버린 된장찌갤 불에 올린다.
아주 조금의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
벌써 세번의 기지개와 다섯번의 하품.
낡은 츄리닝 바람에 부스스한 머리로 하룰 시작한다.
볼륨을 높인 CD플레이어가 흘리는 멜로디에 흥얼대며 
이따금 진동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문밖에선 바람이 살랑, 스치며 꽃잎을 흔들고 
옆집 강아지의 우렁찬 지저귐이 만연한 봄을 반긴다.


보글보글.

찌개가 요동치는 사이 
공기밥을 눌러 담아 공복을 조금 채운다.
어둠에 길들여진 눈이 봄빛에 따꼼하다.
시간은 이런 맘 아는지 모르는지 주저 없이 흐른다.
약속 없는 주말,
골방에 깃든 한 줌의 빛에 셔터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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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지 2011.04.22 15: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유롭고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의 느낌...
    내 일요일은 언제쯤 저 모습을 되찾을수있을까영...

    현실은 시궁창..ㅠㅠ








슬퍼하고 싶어도 섣불리 울음이 나질 않아.           
슬퍼할 일, 서러워 할 사람 모두            
너무나 아득해져서 이젠,           
눈물도 그만큼 멀어져 머무르나봐.           

양말도, 감기약도, 머플러도,           
어느 하나 건져낼 흔적 남지 않아            
고장난 기계 부둥켜 안고 눈물 쏟아내려 애써.           

그렇게,           
멀리 흩어져버린 당신의 조각과            
껍질이 벗겨진 자신을 목도하지,           
가만히 주저앉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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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我立 2011.04.13 10:1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절묘한 순간이네요.
    위의 하늘과 아래 나무 배경이 참으로,








계단이 무서운 이유는,
걸어오르다 보면 지나온 길이 너무나 아득해지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조금 더 하늘에 가까워 질때 쯤엔,
떠나온 뭍이 희미해져버려 
그 모든 향도, 인사도, 부둥켜 안음도 
점점 증발해감을 깨닫기 때문이다.
오르다 보면,
높이 자리한 내 발끝 만큼 오르지 못한 
무수한 감정과 마음들이 여전히 날 올려다 보고 있음을 
순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계단 위 수놓은 꽃밭에 서 보아도 
결코 향기로울 수 없다.
향은 애초에, 첫 걸음부터 함께 지워져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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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대로, 멈춰선 모습이 아름답다.           
서로 가벼이 가까워질 수 없는 모습이 아름답다.           
등 너머 소통하며 하루를 나누고 얕은 마음을 공유한다.           
한 걸음 다가설 때, 한번 더 껍데길 벗기려 할 때,           
우리의 마지막은 여지없이,           
추해진다.           

우리는 이대로, 등 돌린 모습이 아름답다.           
귓속말로 나누지 못하고 뜨겁게 안을 수 없기에,           
곁에 두고 떨어져 바라는 시선에,           
그 모습이 눈물나도록 아릅답다.           
아름다워 흘리는 그 눈물 조차,           
너무나 아름답다.           

우리는 이대로, 당장 끝나버려도 서글플 수 없는 동행.           
평행히 나아간다,           
다가서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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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我立 2011.03.14 00: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 편의 시 같아요:-)

  2. exxx 2011.04.02 01: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것 저도 찍었었는데 ^^








사람들은 무엇 하나,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역할을 하나씩 맡는다.
한시간 4000원 남짓한 지폐를 꼬깃꼬깃 지갑에 채우기 위해 
고객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주문에 맞춰 머그에 아메리카노 그득히 채우는 종업원이나,
잔을 감싸 향을 음미하며 내 옆에 앉아 이번엔 타인 1과 2를 자처하는 사람들.
제각기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여 옹기종기 다신 되감지 못할 짧은 단막극 하나 찍어간다.
정해진 대본도, 카메라도 없이 카페의 불그스름한 조명과 창밖 네온사인 불빛에 의존해 
배우들의 목소릴 속으로 꿀렁 삼켜 녹음해낸다.
각자의 의지와 기억에 의존해 상대배우를 떠올리고, 언제 어디서 느닷없이 주어질 역할에 무의식이 잔뜩 쪼그라든 채,       
그렇게 한 씬 찍어낸다.
조연 하나 없는 무대 위 문득, 난 어떤 역을 맡아 서 있는지 생각해 본다.
때론 손님으로, 또 타인으로, 직원으로, 혹은 밤길 위험한 취객으로.
애초에 대본 없는 연극, 하지만 뚜렷한 역할 없이 불안히 앵글 안을 서성이기만 하는 배우.
애초에 NG 없는 촬영, 하지만 더듬더듬 문장을 짜집고 삐뚤빼뚤 걸어나가는 배우.
하지만 그렇기에, '길을 찾아 방황하는 수많은 청년 중 하나' 라는 역을 당당히 맡아 연기하는 배우.
정해진 것이 밤하늘 보이는 별 만큼이나 없기에 하나하나 즐겁고도 심심한 인생 녹여낸다.
되감지 못할 필름은, 끝없이 쉼없이 감겨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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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흡연실 구석진 테이블,           
별 볼일 없는 야경이 펼쳐진 자리위, 여잘 향한 한 남자의 허세가 올라온다.           
헬멧에 숨을 살피며 오토바이 위에 올라타 어둠의 궤적을 따라온 무용담이 한껏 과시되고            
한심한 웃음과 담배연기, 뭐 그딴 것들과 함께 피어올라가 분해된다.           
빈 테이블에 마주한 나무의자 위 헬멧은 그를 대변하듯 이따금 어른거리는 불빛을 반사시켜낸다, 번쩍번쩍.           

허나, 문이 열리고 나무의자를 필요로 하는 또다른 남자무리에 허세는 자리를 잃는다.           
덩달아 나도 흠칫 한번, 하고 손에 쥔 카메랄 조용히 구석에 내려놓는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쓸쓸한 인생 - 독고다이,           
이리저리 사각프레임 안에 구성지게 연출해내던 손을 멈춘다.           
어쩌면, 나에겐, 아직 이것이 양 볼 발그레 상기될 이유 중 하난가 보다.           
아직 떳떳치 못한가 보다, 손에 들린 카메라가, 가벼운 마음으로 그려 낸 싸구려 감성이.           

잠깐의 정적이 방문한 카페 흡연실,           
뻑뻑, 담배에 연거푸 한숨을 파묻으며 노오란 형광펜 부여잡은 손으로            
바다 건너온 언어를 해독하는 한 가장만이,           
유일한 허세 없는 남자였다.           

어깨 한가득 무형의 무게를 짊어진 진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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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내게 주어진 좁은 공간에서 무거운 가방에 어깨 아팠을 뿐이고 
매서운 겨울바람에 끝내 못 이겨 서둘러 집을 향했을 뿐이고 
사사건건 내 행보가 단문메시지 알림으로 감시자 역할을 할 뿐이고 
큰 맘 먹고 손에 든 비싼 맥주, 김이 빠져 보약과 사약 사이의 맛을 경험 했을 뿐이고 
그러함에 분통 터뜨려 소리지를 수 없을 뿐인데,

왜 괜시리 모든 것에 짜증을 내고 있는 걸까,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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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我立 2011.02.17 16:5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보약과 사약 사이의 맥주라니.




 



아장아장 낯선 이족보행을 시작할 시기에,           
익숙한 두다리로 abcd, 혹은 あいうえお를 터득하기 전에,           
우리는,           
고마움과 미안함의 표현을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름도 모르는 낯선 상대에 조차,           
그러한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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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 동료와의 탑승.
 간간이 오가는 대화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렇게 둘 사이 떠돌다 동료를 따라 하차한다, 환승도 안 찍고.
돈이 많은 녀석인지, 무임승차를 생활화하는 녀석인지- 생각하려는데 
내 무릎위에도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녀석을 발견한다.
네모난 버스 한 대, 못해도 20명은 족히 넘게 타는데 
그 안에서 짧은 안녕마저 나눌 수 있는 사람 없다.
멋쩍게 창밖을 바라보며 아니, 보는 척 하며 귓구멍을 이어폰으로 막아버린다.
▶ 


2.
퇴근시간 버스엔, 당연한 일상이 되었지만, 사람이 빈자리 하나 없게 버스를 한가득 메꾼다.
그래도 한 자리 차지해 입안에서 노랠 흥얼거리며 엉터리 박자를 두들겨 댄다는게 
하루의 끝이 다가오는 시점에선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내릴 정거장이 다가옴에 따라 엉겨붙어 있는 사람들의 그 틈을 
어떻게 비집고 문을 향하여 카드를 찍고 무사히 버스 두 계단 한 턱을 내릴 지.
이제 하도 오래봐서 관찰의 리스트에서 지워버린 길에 접어들어 
눈 감고도 집까지 어떻게 가야할지 아는 곳에 다다를 때면 걱정은 이--만큼이나 커져서 
앉은자리에서 지금 일어날까 말까, 다음 정거장에서 일어날까 따위를 반복하게 된다.
다행히 지하철 역 앞 정거장에서 우루루 떼지어 내린다.
휴.


3.
몰랐는데, 내 자리 바로 옆 기둥 하나 붙잡고 서 있는 실루엣이 
곁눈질로 몰래 볼 땐 장터 나갔다 돌아오는 양 손에 보따리 한아름 들고 계신 어머니였는데 
용기 내 스을쩍 쳐다보니 하얀 이어폰으로 나처럼 두짝 귀를 막고 있는 또래뻘 키작은 숙녀였다.
계속, 어색히 창 밖 붉은 조명들에 눈을 맞추며 자릴 비켜드려야 하나, 참으로 못난 고민 하고 있었는데..
못난 놈.


4.
기사아저씨 뒤 기둥에 또다른 숙녀가 의지한다.
확실한 의지도 아니고 한쪽 팔만 걸터놓고 있다.
한 손엔 분홍빛 핸드폰과 조그만 수첩, 한 손엔 유명 커피브랜드의 테이크아웃 커피.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막힌 도로 한 가운데서 일렁이는 버스에 
커피도 흔들리고 몸도 흔들리고 짙은 갈색 눈동자도 흔들리고,
덩달아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도 흔들린다.
흔들흔들.


5.
벨을 누르고 일어나 간신히 손잡이 하나 잡는다.
백발에, 얼굴도 하얀 기사아저씨와 어느 할머니의 대화가 오가는 중이다.
어디어디로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고 이러이러한 횡단보도를 몇개 건너야 하는지 쯤, 틀어막힌 귀에 들리진 않지만.
뻔한 드라마나 소설은 아니어도 이름 모를 사람과사람, 손님과기사 
둘 사이를 오갈 대화는 제한적이니까.
내 틀어막힌 귀엔 이름만 아는 사람 목소리 건조히 울린다.
아메, 아메, 아메, 아메, 아메.
      

6.
삐빅.
카드를 다시 대 주세요.
삐빅.
카드를 다시 대 주세요.
삐빅.
생각을 다시 해 주세요.
여기서 내려도 괜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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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인이라는 관계가 좋은 이유는 이해와 충고라는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어도 눈동자에 투영된 자신을 봄으로써 안정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
그럼에 우리는 서로를 사랑 할 수 있는 것.


2.
심야의 택시에서 학습의 장이 실현된다.
우리는 1+1=2 라는 법칙을 배우기 위해 부모님의 등골을 스스로 꺾어가며 
연 10,000,000원의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눈물과 후회가 가득한 인생의 살얼음판을 묵묵히 걸어온,
우리보다 길었던 고난과 행복의 연속을 겪은,
그래서 더 묵묵히 어두운 밤, 오늘도 도로위에 자신과 조수석의 어떤이의 목숨과 
미터기의 숫자를 헤아리는 그들에게서 
사람이 곧 비전이라는 뜨거운 한마디, 응원 아닌 응원을 듣는것은 참으로 눈물 차 오르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너와 나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기울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덧.
같은 하늘, 같은 시각, 너와 내가 응어리 진 같은 감정을 느낌에 한 울타리 안에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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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항상 그렇다.
활기차고, 씩씩하게 

해변가 한줌의 모래로도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웅장한 성을 만들 기세로 
욕심,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항상 새로움은 말초신경을 자극하여와 들뜨게 한다.
수억만근의 책임과 앞으로의 고난 따위 하나의 모래알갱이처럼 작아보이지.

하지만 끝 또한 그럴까?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란 말이 
그토록 위대한 말인 줄,
그토록 이루기 힘든 하나의 위업인 줄 알지 못했다.
천칭의 양 극에 매달린 두 별의 무게를 끝내 저울질 해보고 
시작과 끝이 이렇게 다름을 알게 된다.

수없이 반복될 시작과 끝 사이에 
후회없는 끝을 만들어보고자 했지만 
아마 반복 되는건 단지 시작과 끝 만이 아니었나보다.

어찌됐건 하나의 매듭을 지어놓고,
그 형상을 바라보는 내 모습엔 
단순히 흐뭇한 미소만이 자리하진 않는다.
끝이 오기전에 마저 마쳤어야 할 완성못한 그림에 
마침표 아닌 끝없는 쉼표를 덧댄다.

그렇게 영영 돌아오지 않을 한 해가 갔고,
                  그 사이사이 다신 움켜 잡을 수 없을 소중함이 갔다.
그렇게, 청춘도 조금씩 새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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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뒷모습을 좇으며 도는 별들의 뒤엔 어느새 다시 찾아올 새로운 시간이 어김없이 자리한다.           
지나는 순간, 한바퀴 후의 미래가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경주처럼            

사람도 별을 닮아 끝없이 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고민에            
오늘을 어제로 만들고 내일을 한꺼풀 벗겨내며            
다시, 한바퀴 돌아 올 미래를 만든다.           

괴로워하며 잠에 들고            
타개하지 못한 오늘을 참아내고, 후회하며            
그 후회에 다시 후회하며 술잔에 내일을 섞어 붓지만,           
결국 돌아오는 자리엔 변함없는 고민이 손 활짝 흔들어 줄 뿐.           

누가 감히 쳇바퀴 속 생쥐를 가여워 할 수 있을까.           
오십보 백보, 동변상련의 슬픔에 함께 할 술상을 깔아야 할 판인데.           
우리가 그 작은 생물에 손가락질 할때            
누군가, 혹은 무언가 우리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고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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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我立 2011.01.03 09: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큰 틀 안에서 볼 때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몰라요.

    저도 한때는 제 인생이 copy & paste라고 생각했었어요.
    ctrl+c, ctrl+v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미래는 더 불투명하더라구요.
    근데 그래서 좀 더 살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빠샤!입니다:-)

    • 차갑고파란달 2011.01.03 23: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한바퀴 다시 도는 동안 그 자리는 조금 변해있겠죠,
      맞아요 미래는 불투명하죠, 투명해선 안되구요..
      그럼에도 왜이리 일상에 불만을 많이 가지고 살아갈까요..

      어쨌든, 빠샤!입니다 저도,







예전에, 한창 감수성이 끓어오르던 시절에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자주 기록하던 다이어리 중에            
아직 똑똑히 기억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아니, 하나의 문장이라기보단 여러개의 문장이 하나로 소리내어 말하던 것이 있다.           

'시간을 붙잡고 싶다'           


짧은 내 일생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힘겨웠던 겨울, 스스로를 다독이며 쓰던 다이어리엔            
질서없는 입시생의 흔한 푸념과 자책과 분노 등 지금은 두손가득 오글거리는 글이 잔뜩이다.           
허나,           
집착이라면 집착이랄까 하나의 공통된 어조에서 지나치지 못한 채 다시 읽고 되새김질 한다.           
형체없는, 공기보다 추상적인 시간을 어떻게 가득 붙잡을 수 있을까.           
어리석은 생각.           


그 어린 시절,           
지금보다 더 징글징글한 개구장이였고 장난기 가득했던 아이는,           
스스로를 철들었다 생각했고 후회하는 것을 싫어했고 확실한 것을 원했으며 여유를 갈구했던 아이는            
시간과의 긴 여정을 함께 해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 초침까지 아울러 지구 몇바퀴를 돌았을까.           


지나간 세월 끄트머리에 자리한 한 아이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투영시켜본다.           
길을 따라 걷다 오랜만에 스친 하나의 인연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변함없이 똑같다는 말은 거짓이다.           
뜨뜨미지근한 걸 죄악처럼 생각하던 스스로가 이미,           
세상 가장 뜨뜨미지근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국 시트콤의 한 장면,           
문을 열면 한명씩 꼭 껴있을 법한 소파에 반쯤 누워 팝콘을 먹으며 티비를 보는 뚱뚱보.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바라 본 나는.           
설렘도 기쁨도 신남도,           
무엇보다 중요한 꿈과 열정 없이 회색 빛 감정을 껴 안은 채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을 걸었다.           
어느 시점, (추측컨대, 한 사람의 방이 허물어짐과 동시에)           
사랑을 노래하고 받는 법도 잊은 채            
가슴 속 뜨거움을 잃었으며 깊숙이 우는 법도, 웃는 법도 잊었다.           
원하는 것을 소유하고 원하는 일만 즐길거라 떵떵거렸지만            
정작, 그것이 무언지도 찾지 못한 채로.           


과거는 추억을 기워냈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을 써 나갈까.           
나는,           
저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떳떳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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