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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다림질





다림판을 꺼낸다.
스쳐간 시간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놓쳐 
나 여기, 서 있나.
셔츠를 말끔히 다려내어 주름 사이사이 박힌 
되잡지 못할 시간들을 펼쳐본다.
사랑했던 순간,
눈물겹던 찰나,
값진 기억의 편린들.

추억한다,
탄 내음 사이사이 얽힌 달콤함을 음미한다.
너무 빨리 스쳐 온 우리네 시간은 
그리 씁쓸하지만은 않았으니.

그리고 기억한다,
분주한 시간을 꼼꼼히 붙잡아 
한 올 한 올, 정성들여 기워낸다.
얼기설기 성글던 우리네 삶도 
천천히 어루만져내면 하루하루 바쁘던 시간도 서로 맞춰져 
마침내 행복한 미소, 그려낼테니.

주름 펴진 셔츠 위엔 새로운 다짐, 한 움큼 뿌린다.
너무 빠른 걸음에 또다시 수많은 시간을 주름잡히진 않도록 
하이얀 김 사이, 살며시 다리미를 내려놓는다.
천천히 식어가는 다리미의 온기처럼,
느릿한 한 걸음 딛는다.



록빠 매거진 [발밤발밤] 창간준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