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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쓰여지지 않는 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아니,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생각속에,
두둥실 떠다니던 말풍선을 잡아끄는 순간 
그것들은 온전한 글이 되던가요?
그 생각들은 무엇인가 되던가요?

허공을 살포시 떠다니는 비누방울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터졌을때 
아이가 느꼈을 허탈함,
한여름밤 성가신 모기의 날개짓에 
두 손을 쳐보지만 
발그레 달아오른 손바닥만 남을때의 짜증을 
문장을 쓸 때 고스란히 느낍니다.

가끔은 
내가 내뱉은 생각이, 내가 끄적인 문장이 
출처불분명한 쓰잘데기 없는 미니홈피 글처럼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그리곤 뚫어지게 쳐다보죠.
내가 왜, 어떻게, 무슨 감정으로 차 있었길래 
당치도 않는 말을 지껄였는지.

나조차도 모릅니다.
알수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애초에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거든요.
애초에 난, 이런걸 쓰려던게 아닌거에요.

생각과 감정이 눈과 입과 손을 만나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면 
본래의 의미를 잃고 방황합니다.

퇴색한 문장을 받아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죠.
물론, 나 자신도.

산모의 심정으로 (내가 알 리 만무하지만은)
그렇게 빛을 보게 한 글을 보고 있자면 
망연자실합니다.
아무래도 숨은 자아가 있나봐요.
안보이게 꼭꼭 숨어서 훼방을 놓고 있겠죠.

당신은 어떻습니까?
당신의 소리를 내어놓고 후회한 적은 없나요?
다이어리의 기록이 어색한 적은 없던가요?
어버이의 생신, 특별히 쓰던 편지에서는요?

있다면,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결책은 찾고 있나요?
아님 이미 찾았나요?


끄적인 글에서 다시 이질감을 느낍니다.
또다시 온전치 못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겠죠.

해결책이요?

질문하신다면, 대답하지 않을게요.
그 대답에 자신도 공감치 못할 가능성이 농후할 것 같거든요.

그저,
앞으로도 계속 전달되지 않는 생각을 써나가는거겠죠.
언젠가는 빛을 볼 수도 있을거에요.
세상에 발 벗고 나온 100%의 제 생각이 활보할 수도 있을거에요.

그런식으로 하나둘 
잘 쓰여지지 않는 생각을 적어나가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