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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모든 하나





남자는 펜을 든다.
잉크는 아직 절반 정도 남아,
시시콜콜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써내려 가기엔 충분한 양이다.

한 여자가 있다, 있었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과 영원히 남겨지는 것.
그리고,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것.
그 끝엔 항상 그녀가 서 있었다.
어쩐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 사라지지 않을 상 같다.

남아있는 것, 남겨진 것.
그에겐 그것이 오직 전부다.
아무리 주워 담아도 결국엔 오롯한 그녀 하나다.
낑낑대며 붙잡으려 애써 봐도 
고작 아련한 실루엣만이 남아 
그 고운 선에 거친 손으로 기억을 덧 댈 뿐인,
그녀 하나다.

펜을 놓쳐, 뚜껑도 채 닫지 못한 모습으로 잠이 든다, 꿈에 잠긴다.
꿈 속에, 한 여자가 서 있다.
그녀가, 있다.
양수처럼 차진 허공을 헤엄쳐 그는, 그녀를 끌어 안는다.
허공 가득 달과 별이 차오른다.
그 곳엔 어느새 하늘이 펼쳐진다.
그는 그대로 품에 안겨 더 깊이 잠긴다.
끝없이, 더 깊고 더 넓은 하늘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끝엔,
항상 그녀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