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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찌개





타, 타, 탁.

반쯤 남은 식어버린 된장찌갤 불에 올린다.
아주 조금의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
벌써 세번의 기지개와 다섯번의 하품.
낡은 츄리닝 바람에 부스스한 머리로 하룰 시작한다.
볼륨을 높인 CD플레이어가 흘리는 멜로디에 흥얼대며 
이따금 진동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문밖에선 바람이 살랑, 스치며 꽃잎을 흔들고 
옆집 강아지의 우렁찬 지저귐이 만연한 봄을 반긴다.


보글보글.

찌개가 요동치는 사이 
공기밥을 눌러 담아 공복을 조금 채운다.
어둠에 길들여진 눈이 봄빛에 따꼼하다.
시간은 이런 맘 아는지 모르는지 주저 없이 흐른다.
약속 없는 주말,
골방에 깃든 한 줌의 빛에 셔터를 누른다.